심원사에서
15일 동안 지냈다.
처음엔 '시간이 더디게 가서
지루하면 어떡하지?'
'중간에 집으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자잘한 걱정들이 많았는데
그런 염려는 그저 쓸데없는 염려에 불과했다.
템플스테이를 담당하시는 실장님과
공양간 보살님 두 분이
낯설음에 어색해하는 내게
이것저것 챙겨주시면서
따뜻한 친절을 베풀어주신 덕분에
정말 매우 편안하게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하루하루 알차게 보냈다.
어떤 기대로 하지 않고 별 생각없이 무작정 오게 됐지만
어쩌면 이런 요란스럽지 않은 푸근한 환대와 미소가
많이 그립고 필요했었나 보다.
이젠 내가 원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가서
늘상 해오던 일에 파묻혀 바쁘게 살겠지만
예전처럼 막연한 공허함과 무기력함에
시달리지 않을 것 같다.
어쩌다 오게 된 사찰생활 15일 동안
나를 위해 나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 박 * 경 -
2024년 2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