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33회 생태문화기행을 다녀와서
봄기운 가득 안고 화순 어머니 집으로 돌아와 문을 여니
매캐한 냄새가 자욱합니다.
아니 무슨 냄새일까.
부랴부랴 들어가 확인해보니
97세 어머니께서 냄비에 밥을 했는데 밥이 다 탔습니다.
평소 6시면 저녁을 먹는데 저녁 8시가 되자
주간보호센터에 다녀오신 어머니께서 배가 고파서 손수 밥을 끓였던 것입니다.
여기저기 아들 딸들한테 전화를 해서 밥솥 밥하는 것을 물어서 밥을 하려다
결국 포기하고 냄비에 밥을 지은 것이 탔습니다.
3년 전까지는 손수 밥도 해드시고, 또 노인일자리를 다니셨습니다.
노노캐어라고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일은 해왔습니다.
그러다 네 번째 생사의 고비를 넘기시고 집에 돌아온 것이 지난 2024년 7월 15일인데
그때부터 어머니 곁에서 머물며 어머니 밥도 챙겨드리고 말벗이 되면서 함께 생활해 왔습니다.
어머니는 평생 해오던 밥짓는 일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막내아들의 손맛에 의지해가면서
616일째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머니 덕분에 밥하는 것, 살림하는 것을 하나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어머니 덕분에 주체적으로 홀로서기 연습을 해가고 있습니다.
냄비에서 잘 된 밥을 어머니 저녁으로 챙겨드리고 물을 부어 누룽지를 끓이니 별미였습니다.
하루 힘든 산행을 97세 어머니 덕분에 잘 갈무리합니다.
이번 생태문화기행은 경상북도 성주에 있는 가야산을 찾았습니다.
가야산에 따사로운 봄이 왔어도 아직 이곳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의 꽃들은 기별이 없습니다.
가야산은 지난 해 붓다의 마음산책으로 다녀왔던 곳입니다. 그래서 눈에 선합니다.
21명의 도반들과 함께 가야산의 만물상을 만나러 갑니다.
광주에서 가야산 백운동탐방지원센터까지는 2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곧바로 가야산으로 향합니다.
만물상을 친견하기 위해서는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과 오르막데크길을 반복해서 걸어올라가야 합니다.
만물상을 지나 가야산 정상으로 향하는 서성재까지는 3km인데
그 코스 전체가 급경사길입니다.
만물상 바위가 없다면 이곳을 오를 일이 없을 것입니다.
만가지 형상의 모습을 가진 바위들을 품고 있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 만물상인데,
과연 가야산 만물상은 힘든 산행의 지친 몸과 맘을 달래주는 묘약입니다.
숨이 목에 찰 때 고개를 돌려 기기묘묘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만물상을 바라보는 그 맛,
그 아름다움을 느끼려면 고된 산행을 감내해야 합니다.
중간에 봄이 가득히 담긴 도시락을 꺼내 먹는 맛은 그 어떤 성찬에 비유할 수 없습니다.
다시 기운을 내서 산을 오릅니다.
남서쪽 방향의 가야산은 봄이 물큰 달려들성 싶은데,
북서쪽 방향의 가야산엔 하얀 잔설이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묘한 대비입니다.
봄 한 가운데서 잔설을 손바닥에 떠서 알싸한 겨울을 느껴봅니다.
서성재로 가기 전에는 자칫 잘못하면 엉덩방아 찧기에 좋게끔 등산로 길에 눈이 쌓여있습니다.
서성재에서 가야산 정상을 눈으로만 어루만지고 그냥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하산길 내내 계곡물이 함께 합니다.
그 물소리를 들으며 호젓한 봄산행을 만끽합니다.
주차장으로 돌아와 막거리집에서 오뎅에 막걸리 한잔 들이키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안주삼아 피로를 풉니다.

가까이에 있는 신라고찰 심원사를 찾아 참배를 하고
템플스테이 지성스님과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지성스님은 동진출가하여 절집에서의 생활이 4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차는 덤이고 맑은 미소를 한없이 내어주십니다.
스님은 언제이고 심원사를 찾아오라시며 환대해주셨습니다.
가야산 만물상의 아름다움을 받아서인지 다들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납니다.
혼자라면 그 힘든 산행을 할 수 없었겠지만
도반들과 함께라서 만물상을 품어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길을 가는데, 공부를 하는데 도반이 수행의 전부라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산애들애 유지연 정문수 부단장님, 황현순 총무님 애쓰셨습니다.
134회 생태문화기행은 여수 낭도 섬트레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흐드러지게 꽃 피어나는 봄입니다.
